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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사뱀 메소드 (커버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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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사뱀 메소드

안전가옥

정이담 (지은이)

2023-0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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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저자소개
목차
우리의 태생이 세상의 언저리, 은밀한 지하임을 인정하고 매번 허물을 벗기
끝없이 사는 뱀처럼 매 순간의 사인을 찬양하기


생사탕 집의 딸로 태어나 팜 파탈 전문으로 전성기를 지낸 배우 미옥. 팔다리를 잃었지만 예측할 수 없이 움직이는 뱀처럼, 미옥은 다듬어진 껍질을 벗고 나와 과거의 연인, 과거의 자신과 재회한다. 빛 한 점 들지 않는 어둠 속, 굶주린 영혼을 찾아온 뱀의 목소리로부터, 그는 진실을 구해 나간다.
시나리오의 구조, 로맨틱 스릴러의 외피를 두른 《상사뱀 메소드》는 리허설 없는 삶이라는 무대에서 배우로 활동하는 미옥의 즉흥적이고 돌발적인 행위, 그리고 이를 이끌어내는 내면세계를 집요하게 비춘다.

| 어느 여배우에 관한 오해

그러나 나이가 들고 눈가에 주름이 하나둘 늘자 날 버리려 했다. 그들에게 뱀이란 매끈하고 유연하며 언제나 번들거리는 모습으로 상대에게 감겨들어야 하니까. 미끈거리는 살갗으로 그들의 육체를 만족시켜야 하니까. 멍청이들, 나는 진심으로 그렇게 생각했다. 진짜 뱀들은 그렇게 태어나지 않는다. 뱀은 자신을 찢고 나온다. 매번 새로운 존재로 거듭난다. 언제든 독니를 드러내어 상대를 통째로 삼킨다. (……) 나라는 여자는 섹스보다 죽음에 더 가까운 존재임에도 사람들은 내 육체만을 보았고 육체로만 소비했다. 〈상사뱀〉. 그 작품은 내가 제일 싫어하는 영화였다. 철중에게 그 사실은 알리지 않았다. 늙은 남자의 환상을 깨는 짓은 가혹하니까.

정이담의 장편 소설 《상사뱀 메소드》의 미옥은 주인공을 유혹하고 만족시킨 다음 희생되는 팜 파탈로 소비되다 잊힌 배우다. 그는 안정 이상의 가정을 꾸리기 위해 자신에 대한 환상으로 가득 차 있는 의사 철중을 유혹하고, 이 과정은 그가 출연한 숱한 영화에서만큼이나 자연스럽고 수월하다.

“그렇게 하죠, 어쩌면 의사 선생님께는…… 제 본모습을, 모든 밑바닥을 보여 드려도 괜찮을 것만 같아요. 이상한 예감이죠. 그런데 제 감은 틀린 적이 없어요. 선생님, 이게 여자에게 어 떤 의미인지 아시나요.”

| 어느 예술가에 관한 진실

영현을 생각하자 온몸이 차가웠다. 목을 쥐인 냉혈 동물처럼. 모든 피가 심장 밖으로 빠져나가는 기분이었다. 목덜미의 반점이 욱신거렸다. 고온의 불은 오히려 푸르고 서늘한 법 이다. 영현은 그만큼 뜨거운 사랑이었다. 그래서 우린 서로에게 열렬히 끌렸다. 지금 이 욕망은 여배우에게는 어울리지 않는다. 당연하다. 이 집착은 예술가의 열망이었으니까. 난 그와 함께 예술로 승화되고 싶었다. (……) 영현의 살을 깨물고 싶다. 이를 박고 보랏빛 뱀이 요동치도록 독을 주입하고 싶다. 당신의 혈관이 오직 나만을 부르짖도록. 세상이 우리만의 무대이도록. 그가 날 떠난 바람에 모든 시절을 잃었다. 하지만 영현이 돌아온다면 단절된 시공간이 움직일 것이다. 영현, 당신은 내게 빚을 졌지만 난 용서할 준비가 되었다.

놀랍지 않게도 그런 미옥에게 진정한 사랑은 따로 있다. 이 사랑은 미옥을 보조적인 역할이 아니라 늘 주연으로 끌어올렸고, 쉽사리 잊히지 않았기에 아직 유효하며, 이제는 주연을 넘어서 감독으로서 자리매김하게 한다. 이 사랑은 과거의 연인 영현을 향한 것이자 박제를 거부하는 자기 자신에 대한 것이기에, 미옥은 숱한 위험을 무릅쓰고 이 사랑을 연출해나간다. 연기에 대한 메타포로 가득한 로맨틱 스릴러 《상사뱀 메소드》는 자아라는 윤곽을 뭉갤 수도 있는 메소드의 위험, 그러나 관객과 감독에 의해 규정되지 않고 미끄러져 나아가는 배우의 궤적을 과감하고 섬세하게 추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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